일요일 오후 점심 먹고 있는데 쿠팡 플렉스 캠프에서 카톡이 왔어요.
집에서 좀 멀지만 아파트 단지 이름 2개 불러주고 70개 배송 가능한 플렉서 지원하라구요.
'아 꿀이다' 라고 생각하고 얼른 지원을 했어요.
보통 아파트 단지 1개는 50개 정도 배송하는데 1시간이면 되거든요.
여기저기 차로 안돌아 다녀도 되고 힘도 덜 들어서 완전 꿀이죠.
오후 3시까지 캠프로 오라고 해서 일요일 저녁 잠깐 돌고 7시까지 집에 오는 계획을 세우며 룰루랄라 캠프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인가요?
기프트를 분류할때 라우트라고 해서 동네별로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데 아파트 2단지면 보통 2개 라우트로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라우트가 13개나 됩니다.
13개 동네를 다녀야 하는거에요.
카카오톡으로 이야기 한 아파트 단지는 배송할 가구가 5개 밖에 안되고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네요.
동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범위도 넓어서 완전 똥 밟았다 생각하고 배송을 출발했어요.
마음속으로 속았네 속았네를 연발하면서 가고 있는데 긴급 배송해야 할 집이 3군데나 된다고 거기 먼저 배송해 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이러면 동선이 꼬이기 시작하거든요.
오후 4시에 첫 배송지 도착해서 기프트 75개를 다 돌고나니 8시40분이네요.
요즘 플렉스 하면서 짜증나는 일이 좀 많았어요.
며칠전에는 주소를 진짜 찾기 힘든 곳이 5군데나 되었는데 결국 오배송이 하나 걸렸어요.
새벽 4시에 어디에다 확인할 수도 없고 답답해 미칠 지경인데다 겨우겨우 주소를 찾으면 큰 길가에 기프트를 놓아야 되는데 도난이나 분실이 생길것 같기도 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이런 곳은 배송지 한군데 찾는데 10분이상 걸려서 끝나는 시간이 자꾸 늦어지거든요.
그런데 이 지역을 며칠 연속으로 계속 주는 거에요.
이러다 이 동네 말뚝 되겠다 싶어서 몇 일 쉬었는데 메세지 받고 신청한 것이 화근인거 같네요.
앞으로 이 동네 말뚝 되면 어쩌죠?
하루에도 몇번씩 이 동네 백업 배속할 사람 신청을 받는데 이젠 안할렵니다.
'OO단지 50개 '
이렇게 꼬셔도 안넘어가려구요.
오늘은 저녁에 비도 살짝 온다고 하고 날씨도 추워질것 같은데 몇 일 더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말이 나온 김에 쿠팡 플렉스 경험담 몇가지 해드릴게요.
쿠팡에서 모니터링 하는거 아니겠죠?
일요일 저녁에 주택가 배송지를 찾고 있는데 골목길 어느집 대문 앞에 할머니가 앉아 계시더라구요.
어둑어둑하고 날씨도 차가운데 작은 의자에 앉아서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몇번 눈이 마주치니 할머니가 저한테 "어디 찾아요?" 하고 물어보셨어요.
왠지 외롭고 말동무가 필요하셔서 누구하고라도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맘이 참 안좋았어요.
한번은 되게 오래된 아파트에 갔었어요.
30년은 넘은것 같은 정말 허름하고 냄새도 나는 아파트였어요.
그런데 아파트 계단에 불이 켜지지가 않아 5층까지 올라가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올라가는데 외국사람들끼리 싸우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대형 락스 2통을 시킨것도 너무 이상했구요 집안에서 싸우다 갑자기 문 열고 뛰쳐나올것 같아 허겁지겁 내려왔는데 거긴 정달 두번 다시 가고싶지 않네요.
새벽 2시에 담배 피우러 나온 기프트 주인과 마주친 일이 있었는데 저를 보고 어떻게 알았는지 "OOO호 오셨죠?" 하고 먼저 반기더라구요.
쿠팡은 대면 전달을 금지하고 있고 사진촬영이 의무라서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했더니 기프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더라구요.
쿠팡 플렉스 하시는 분들 모두 고생 많아요.
열심히 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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